육아

편하지만, 편하지 않은 조리원 생활기

아몬드옥슈슈 2024. 4. 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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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로나


코로나가 정말 심했던 2021년, 출산을 했습니다. 출산할 때 친정엄마는 물론이고 남편을 제외한 누구도 산부인과에 올 수 없었고, 남편마저 조리원에는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자연분만을 했던 지라 일반 병실에는 이틀정도 있었던 것 같고, 바로 같은 건물에 있는 조리원으로 이동을 하게 됐습니다. 오로지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조리원이었습니다. 코로나 시기라 조리원에서 진행하던 특강이나 수업들은 다 취소가 되었고, 밥도 병실에서 혼자 먹어야 했으며 아기 모유수유마저 방 안에서 혼자 했었어야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산이었던 저는 불안하기 시작했고, 모유수유 방법은 물론 기저귀 가는 방법조차 몰라서 혼자 이 것을 감당하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모자동실 시간에 아기를 방에 데려오면 처음 안아보는 신생아를 혼자 케어해야 하는 게 너무 무서웠고, 아기가 울기라도 하면 어쩔 줄 몰라 저도 같이 눈물이 났습니다. 조리원 생활은 코로나가 가져온 저의 첫 우울증이었던 것 같습니다.

2. 조리원 밥


출산을 하면 미역국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을 수도없이 들었었는데, 조리원 생활 10일 내내 삼시세끼 전부 미역국이 나왔습니다. 

조리원 밥 미역국 사진
조리원 밥 미역국

처음엔 미역국이 맛있어서 먹고 점점 의무적으로 먹기 시작하다가 미역만 건져먹기 시작하고 퇴소 직전엔 미역국을 아예 먹지 않았습니다. 조리원 식단은 대체로 괜찮았고, 간식도 잘 나왔습니다. 그러나 10일 동안 방에 갇혀 혼자 먹는 밥은 너무도 끔찍했습니다. 혼밥을 좋아하긴 하지만 밥을 먹으면서 아기도 봐야 하는 상황이 오는 날에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점점 음식을 남기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래도 남이 해준 밥이 맛있다고, 아침, 점심, 저녁을 누가 해주는 밥을 먹을 수 있을 때 야무지게 먹어야지 생각으로 먹었던 것 같습니다.

3. 모유수유


조리원 기간동안 가장 신경 쓰이고 힘들었던 시간이 모유수유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유튜브로 수백 번 봤지만 막상 아기를 안고 시도를 하려니 정말 어려웠습니다. 신생아실 선생님께서 알려주시기는 하지만, 자는 아기를 깨우며 젖을 물려야 하고, 모유의 양을 조절하며 먹이는 게 너무 어려웠습니다. 저는 아기가 바르게 무는 법부터 공기가 안 들어가게 먹이는 법, 물고 자는 아기 깨우는 법까지 계속해보고 또 해보고 실패하고, 무한 반복이었습니다. 이제 좀 익숙해졌나 할 때 모유의 양이 많아서 아기가 사레들리는 일이 많아지고, 그럴 때마다 우는 아기 때문에 모유수유를 하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모유수유를 해야 할 때 신생아실에서 방으로 전화를 걸어 수유하러 오라고 하시는데, 유축해 놓은 걸 먹여달라고 해도 되고, 분유를 먹여도 되지만 저는 연습할 겸 최대한 수유하러 수유실에  갔던 것 같습니다. 새벽에는 시간 맞춰서 일어나 유축하고, 가져다 드리고 반복의 일상이었습니다. 

4. 산후마사지


조리원 입실 후 마사지를 받으러 갈 수 있는데, 하루에 한 번씩 받으러 가는 분들이 많았지만 저는 격일로 받았습니다. 비용이 비싸기도 했고, 아침마다 젖몸살 마사지를 하시러 오시기 때문에 굳이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조리원에 안마의자도 있어서 그 안마의자를 많이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산후마사지는 틀어진 골반 교정도 해주고, 지친 몸을 풀어주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받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조리원에서 마사지를 받으러 갈 때는 예약을 하고 가야하는데, 조리원 신생아실에 말씀드리면 그 시간에 아기가 밥 먹을 시간이 되어도 전화 주시지 않고, 알아서 아기에게 분유나 유축해 둔 모유가 있으면 그거를 먹여 주십니다. 

5. 목욕


퇴실 전 신생아 목욕하는 방법을 알려주시는데, 동영상으로 찍어두시라고해서 처음으로 저희 아기 목욕 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로션 바르는 법부터, 안는 방법, 세수하고, 거품칠과 헹구기까지 자세하게 알려주십니다. 퇴실 후 집에 와서 초반에는 이 영상을 보면서 아기 목욕을 시켰습니다. 겁이 많이 났지만 영상을 그대로 따라 하니 점점 몸에 익어 목욕하는 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6. 탯줄


조리원 입실 후 일주일 정도가 지난 후 신생아실 선생님에게 편지한 통을 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아기의 탯줄이 탈락되었습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아기의 탯줄이 담겨 있었는데, 이게 뭐라고 너무 감격스러웠습니다. 처음이라 모든게 신기했나 봅니다. 받은 탯줄은 탯줄도장으로 만들어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기 탯줄 도장 사진
아기 탯줄 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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